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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마트 직원의 불친절, 이해해야 한다.


근처의 하나로 마트를 이용하는데, 종종 냉장고 주류 판매대를 관리하는 여직원의 불친절을 목격할 때가 있다. 내가 불친철을 겪는 것은 아니었지만 옆에서 보게 될 때가 더러 있다. 손님에게 아주 막대하는 수준은 아니었는데, 손님이 상품 정보에 어두은 나이 든 할머니일 경우 그렇게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근데 난 이 장면을 보면서 문득 그 직원의 불친절은 이해 받을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적으로 마트 직원이 받는 급여나 노동시간 등 근무 조건을 추측해 볼 때 과연 그 직원이 손님 모두에게 깍듯하게 대하는 것이 공정한 것인지, 손님은 왕이기 때문에 반드시 좋은 대우를 받는 것이 당연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일반적인 상식 수준에서 그 직원이 도를 넘어선 행동이라면 그건 문제가 있다. 근로 조건과 무관하게 인간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인간이라는 존재가 대개 사람이 나쁘다기보다 어떤 상황과 조건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존재라는 점에서 열악한 근무 조건으로 인해 그녀의 행동이 그렇게 나왔다면 난 그건 우리가 이해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입장을 바꿔 생각한다면, 내가 마트 직원일 때 근무 조건이 열악하다면 늦게까지 일하면서 피곤하고 힘든데다 그렇게 노력해서 벌면 내 돈이 되는 것도 아닌데 애써 신경을 써서 손님들에게 친절을 베풀 이유가 있을까? 


경제 영역으로서 서비스 산업에서 친절한 태도 또한 직원 개인에게는 육체적 노동만이 아닌 감정적 차원에서 들여야 하는 '경제적 비용', 즉 감정노동을 들여야 하는 부분인데 노동은 당연 비용이다. 직원의 손님에 대한 불친절한 태도가 기업 입장에서는 손해인지 몰라도 직원 개인 입장에서는 이익이 되기 때문에 기업이 자신이 벌어들이는 사적 이익을 정당하다고 여긴다면, 그 직원이 생각하는 자신의 사적 이익도 정당하다고 인정해 줘야 한다. 근데 손님 입장에서는 그런 직원의 불친절한 태도가 그 마트를 이용하는데 꺼리게 되는 요인이 되고 기업 입장에서는 손해가 되는 부분이라 기업은 그 직원이 불친절한 행동을 하지 않을 유인으로서 더 나은 근로 조건을 제공해야 한다. 그게 공정하고 정의로운 것이다. 직원에게 제공하는 급여나 근로 조건이 열악한데 그 이상으로 뭔가를 요구하는 것은 공정한 거래가 아니기 때문이다. 


마트나 식당을 이용할 때 더러 직원들이 불친절한 경우를 보면, 전에는 무조건 안 좋게 봤는데 막상 그런 위치에 처하게 되다 보니 생각이 달라진다. 역시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보는 역지사지나 감정이입의 태도가 사회 현상과 인간 관계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자세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래서 나는 과도하게 상식을 벗어나지 않는 불친절이라면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다. 물론 그 사람의 직업이 누구나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고된 직업, 특히 육체 노동이라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다. 


다른 한편에서 난 이것 저것 필요 이상으로 친절을 베푸는 사람에 대해서는 꼭 좋게만 보지 않을 때가 더러 있다. 자신이 좋아서 손님들에게 그렇게 대하는 것은 나쁘게 볼 필요가 없지만 자기보다 직위가 높은 상관에게 안 해도 되는 부분까지 신경을 쓰는 태도를 보면 난 잘 이해가 안 간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직원이 알아서 상관의 책상이나 집무실을 청소해주는 경우 등이 있을 텐데,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승진이 걸려 있는 것도 아니라 딱히 신경 써 줄 필요가 없어 보이는데 알아서 신경 써주는 것은 노예 근성이 몸에 배서 그런 것일 수 있다고 본다. 노예 근성은 생존을 위해서는 필요한 태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인간이 과연 가축이나 짐승들처럼 생존만을 절대적으로 여기는 존재일 수 있을까? 


주체적이고 자유로운 영혼은 인간이 인간답기 위한, 인간다움의 가장 핵심적인 가치이다. 주체적이고 자유롭다는 것은(물론 만용과 오만함과는 구분해야 하지만) 정의와 공정함을 향한 인간 본성과 열정의 다른 표현일 수 있다. 마트 직원이나 다른 '불공정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불친절은 그런 점에서 이해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들의 불친절은 인간다움을 지키기 위한 자기 나름의 한 방편인지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