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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강릉 시내 치과 방문기


아버지 치아 상태가 너무 안 좋아 치과를 가게 되었다. 서울에 잠시 머무는 동안 비용 견적이나 알아보려고 함께 치과를 방문했는데, 예상대로 비용도 비용이었지만 치아 상태가 너무 안 좋아 장기간의 치료 기간이 예상되어 서울에서는 도저히 치료를 받을 수가 없었다.

 

강릉에 내려 온지 2주 정도 지나서 본격적으로 치료를 시작하려고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강릉에 소재한 치과가 강릉대 치과병원을 포함해서 스무 군데는 훨씬 넘어 보였다. 치과에 대한 마땅한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치과가 너무 많다 보니 어느 치과를 선택 할지 난감했다. 그렇다고 과잉진료 논란이나 의료 지식 및 의료비 정보에서 압도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서 있는 의사들을 떠올리면 뭔가 항상 당한다는 기분이 들어 아무렇게나 치과를 선택할 수는 없었다.

 

지방에 있는 치과가 대기업의 휴대폰처럼 몇 개로 압축되는 것도 아니고 지역 주민들의 치과에 대한 평가가 특정 병원으로 단순하게 수렴되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평가가 안 좋은 치과나 한두 개 좋은 평가가 달린 치과들은 몇 군데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것을 포함해서 개원한지 오래됐거나 교통편이 편한 곳 등을 고려하여 4군데 정도를 방문하여 비용 상담을 받을 계획을 세웠다.

 

병원을 방문하기에 앞서 4곳의 병원에 보름 전 서울에서 찍은 치아 엑스레이 사진을 가지고 가면 사진을 다시 찍지 않고도 치아 상태나 진료 방법, 비용 상담 등이 가능한지 물어보았다. 2군데는 본인들 치과에서 다시 찍어야 한다고 했고, 2군데는 파일을 가지고 오면 사진을 다시 찍지 않고도 상담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대개 치료시기를 놓쳐 임플란트 등 백만 원 돈이 훨씬 넘는 진단을 받는 경우가 드문 경우가 아니라서, 나처럼 몇 군데 치과를 방문하여 진료비 비교를 해야 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생긴다. 이럴 경우 치료를 받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비용 상담만 받을 목적이기 때문에 보름 밖에 안 된 사진을 두고 방문하는 치과마다 사진을 새로 찍어야 한다는 건 아무래도 의료자원의 낭비이자 과잉진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한 곳은 방문해서 다시 요청을 하니 사진을 다시 찍지 않고 비용 상담을 해주었다. 사진을 새로 찍은 곳에서는 당일 진료비가 7,700원 나왔고, 이미 찍은 사진을 보여준 세 곳에서는 진료비가 각각 1,500원이 나왔다.

 

다음은 내가 방문한 병원에서(8월 초) 비용 상담을 받으면서 받은 인상이다. 강릉의 무수히 많은 병원들 중에 단지 4곳일 뿐이고, 치료 경험이 아니라 비용 상담 경험인데다,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인상이니 유의해서 참고했으면 좋겠다.

 

일단 서울에서 받은 진단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임플란트와 부분 틀니를 권했고 최대 1000만 원, 최소 500만 원 정도의 선택 안을 제시해 주었다.

 

 

1. ㅊ 치과

- 엑스레이 사진을 다시 찍어야 한다는 1곳이다.

- 의사의 어투가 사투리를 조금 쓰는 데다 세련된 느낌이 들기보다는 좀 친근한 감이 들었고, 진단이나 비용 설명에서 자신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설명할 뿐 뭔가 과잉 진료를 의도한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 그러나 시술 방식에서 임플란트를 권했고, 임플란트 시술 이후의 사후 서비스를 언급하는 것으로 봐서 문제 발생의 여지를 스스로 인정하는 설명을 해주었고, 예상 최대 비용이 서울과 거의 비슷한 견적이 나왔다.

- 서울에서 체계화된 치과를 방문해서 그런지 간호사들의 비용 상담이 조금 짜임새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는데, 아래 다른 치과들도 비슷하긴 했지만 이곳이 그런 느낌이 조금 더 들었다.

- 의사가 시술 능력이 뛰어나 시도하는 것일 수 있겠는데, 턱 쪽으로 미용 시술도 하는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이런 병원들이 그렇게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아래 다른 병원들도 이런 시술을 하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 아래 치과들을 방문 후 이 치과에서 내린 진단이나 비용을 보면 그렇게 추천할 만한지 의문이 들었다.

 

2. 허치과

- 간호사들 연령대가 높고, 의사도 경륜이 있어 보여 경험이 많은 곳 같은 인상을 받았다.

- 아버지 치아의 뼈가 임플란트를 하기에는 이미 많이 상한 상태라서 임플란트를 권하지 않았고, 서울의 최소비용 보다 저렴한 비용을 산정해 주었다. 친절한 느낌을 받았다.

- 입구의 특정 종교를 지지하는 문구가 약간 불편했고, 대기실이 조금 좁은 것을 빼고는 크게 신경 쓰이는 부분은 없었다.

 

3. 신영치과

- 처음 방문했는데 들어본 기억도 있고,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치과인데다 강릉에서는 이름이 널리 알려진 치과가 아닌가 싶다.

- 의사가 경륜이 있어 보였다.

- 4곳 치과들 중 구강 상태를 가장 꼼꼼하게 살펴본 것 같다. 허치과의 진단과 같은 이유로 임플란트를 권하지 않았고, 비용도 비슷한 수준을 제시해주었다.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4. 굿모닝 치과

- 포남동에 위치해서 교통편 때문에 방문을 망설이다가 혹시나 해서 방문한 곳이었다.

- 전체적으로 허치과나 신영치과와 비슷한 진단을 내려주었고 역시 임플란트를 권하지 않았다. 설명도 친절하고 편안하게 잘 해주었다.

- 덧붙이고 싶은 점은, 이 의사에게서 좀 특이한 인상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가 건강보험 강화 정책을 펼 예정이라는 뉴스를 알려주면서, 치과 의료보험 혜택이 늘어나 빠르면 내년 1월이나 7월 쯤 시행 될 수 있으니 이를 치과 치료에 고려하라고 알려주었다. , 자신의 병원은 교통편이 조금 불편할 수 있으니 신영치과를 추천하며 자기 병원 말고 신영치과도 꼭 한번 들러 진단을 받아보라고 권해주었다. 대신 신영치과의 단점은 자신의 병원보다 비용이 조금 더 나올 거라 했는데, 아쉽게도 이 병원에서 제시한 예상 비용이 더 높았다. 전체적으로 뭔가 좀 양심적이고 솔직한 의사라는 인상을 받았다.

 

 

강릉에 소재한 치과들 중 일부의 치과라 한정된 경험이고 치료 경험이 아니라 진단 및 비용 상담 경험이라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시술의 위험 부담이 큼에도 처음부터 임플란트를 권하거나 필요하지 않은 진료도 아무렇지 않게 시도하는 식의 과잉진료를 경험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일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치과의사들에 대한 피해의식을 조금 줄일 수 있는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