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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관/인생관의 오류

인간의 존재 이유에 대한 짧은 생각 하나-생물학적 지위 또는 생존유지 목적 중심으로

 

1.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번쯤 생각해 볼만한 주제일 텐데, 수도승이나 철학자와 같이 인간의 근원적 존재 이유에 대해 깊은 사유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쉽지 않은 주제이기에 보통사람들에게는 어쩌면 답이 없는 물음인지 모르겠다.

 

일반적으로 볼 때 인간이 존재하는 일차적인 이유는 생물학적인 생존 욕구의 해소에 있을 것이다. 인간이 생물학적인 존재인 이상, 죽음의 공포나 불안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있을 것이고 식욕이나 수면욕, 성욕과 같이 본능적으로 발생하는 욕구도 해소해야 살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기본적 욕구가 해결 되면 보다 고상한 가치인 사회적인 인정과 명예를 얻고 싶은 욕구도 발생할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자아완성이나 자기 해방의 경지에 이르고 싶은 욕구도 생길 것이다. 메슬로우라는 심리학자의 욕구 단계에 근거한 설명인데, 인간은 그것이 생물학적인 것이든 사회적인 것이든, 또는 육체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욕구나 욕망을 해소해야 만족스럽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인간이 존재하고자 하는 이유를 잘 설명하는 이론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보통 사람들의 경우 생물학적 욕구와 세속적 욕구 그 이상의 가치가 곧 그들이 살고자 하는 현실적 이유인지에 대해 의문이 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생물학적인 욕구에 대해서는 생물학적 존재로서 공통의 속성이 있지만 사회적 욕구에 대해서는 개인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2.

어느 단체나 조직에서 중요한 지위에 오르고 싶거나 권력을 얻고 싶은 욕망은 누구나 조금씩 갖고 있다고 할지라도 책임이 따른다는 점에서 모두에게 다 해당되는지는 의문이고, 자아완성의 경우도 그 개념이 보편적이거나 객관적이지 않은 면이 있지만 대개 종교인이나 예술가, 정치가나 사회운동가, 혁명가에게나 어울릴 법한 고상한 가치이기에 보통의 사람들과는 거리가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보통 사람들의 경우는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 해소와 세속적 측면에서의 사회적인 인정 욕구 정도 외에는 실현하고자 하는 최상의 단계로서 자아완성이라는 가치는 거리가 먼 대상일 것이다.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의 존재 단위는 개인보다는 집단으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집단 중에서도 공동 운명체인 가족 공동체는 욕구 해소의 문제에서도 단일한 존재 단위로 고려하게 되는 게 사실이다. 가족 공동체의 이런 특성에 대해서 개인주의가 보다 일반화된 서양 사회의 경우는 달리 볼 측면도 있지만, 적어도 동양 사회나 한국 사회에서는 분명한 점일 것이다.

 

인간의 욕구 해소를 가족 단위를 중심으로 생각할 때, 가족 공동체의 유지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살아가면서 힘겨운 조건 속에서도 자식이나 가족 때문에살아간다는 가장들의 얘기를 어렵지 않게 듣게 되는데 이들의 삶의 목적은 결국 가족 공동체의 안정적인 유지인 것이다. 그리고 이런 얘기들은 몇몇 사람들에게 한정되는 경우가 아니라 일반적인 경우들이다.

 

인간이 가족을 구성하는 이유는 외로움과 고독의 해소 등 배우자나 가족 구성원을 통해 상호 간의 정서적 안정을 얻으려는 목적이거나 세대 유지에 대한 사회적 전통이나 규범에 대한 순응 등 단순히 생물학적 본능이나 욕구의 차원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다른 생물들이 종족 번식의 본능으로 짝을 짓는 것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가족 공동체의 안정적 유지는 결론적으로 다른 생물들에게도 나타나는 일반적 특성이 아닐까 싶다. 인간 사회에서 가장이 가족을 버리거나 가족이 해체되는 경우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가장은 가족 공동체의 안정적 유지를 위해 많은 수고를 감수하고 노력한다. 이런 특성은 다른 생물들에게도 나타나는 일반적인 측면이 있는데, 가족 공동체가 유지되는 기간이나 양육의 특성, 가족 구성원의 상호 작용이나 가족 내부의 문화 등 인간 존재가 구성하는 가족 공동체는 다른 생물체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복잡하고 다양한 특성이 존재하지만 가족 공동체의 유지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지고 있는 가장들의 모습과 갓 낳은 새끼들을 위해 먹이를 물며 둥지를 정신없이 들락날락거리는 어미 새들과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따라서 나는 가족 단위로 존재하는 인간들이 가족을 유지하는 목적이 반드시 본능적인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결론적으로 삶의 이유나 목적에서 가족 공동체의 유지가 차지하는 측면이 결코 적지 않다는 점에서 인간의 존재 이유를 그렇게 고상한 측면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인간도 생물학적인 존재로서 종족 유지라는 기능적인 목적에 구속된 존재고 그것이 인간이 존재하는 적지 않은 이유라고 말하고 싶다. , 인간도 아주 고상하거나 특별한 존재라기보다 생물학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물론 비혼 세대가 증가하는 사회 변동 상황에서 가족 공동체의 유지가 인간이 살아가는 중요한 이유라고 말하기에는 뭔가 적절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그렇다고 가족 공동체를 구성하지 않는 사람들 중에서 상당수가 자아완성과 같은 고차원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일까? 나는 그들 중 상당수는 기본적 생존 욕구는 물론, 짐승들 사이에서 우열을 가리듯 세속적인 목표를 향한 사회적 인정 욕구 정도의 낮은 차원의 목표가 그들이 살아가면서 실현하고자 하는 대부분의 욕구 대상이라고 본다. , 그런 낮은 차원의 가치들의 추구가 대부분의 인간 존재가 살아가는 이유라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예술적이거나 학문적 성취 같은 자기실현이나 자아완성, 인간의 존엄이나 인권 실현과 같은 공동체적 가치, 공동체를 위한 자기헌신이나 살신성인 같은 인간 존재의 고상하고 숭고한 측면들은 결코 인간 존재의 일반적 특성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 역시 인간은 고상하거나 특별한 존재라기보다 생존 욕구의 해소가 가장 중요한 생물학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3.

물론 인간을 생물학적인 존재 하나로 규정하는 것은 틀린 접근이다. 인간은 동물이지만 다른 한편에서 동물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다양한 사회적 특성들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생물학적인 존재임과 동시에 사회적 존재이다. 내가 여기서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인간을 너무 고상하거나 이상적인 존재로만 바라보는 접근에 대해 인간의 생물학적인 특성이 쉽게 무시돼서는 안 되고 인간의 다양한 측면을 있는 그대로 보자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예를 들어 경제활동만 보더라도 인간은 다른 생물체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생산 능력과 생산물을 소유하는 등 사회적 특성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실상 생존유지라는 하나의 목적으로 동일하게 귀결되는, 즉 생물학적인 기능적 존재로만 볼 가능성이 있는데, 이런 측면을 과도하게 강조할 필요는 없지만 이런 특성들이 인간 삶에서 적지 않은 측면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인간 삶의 물리적, 기능적 특성들도 봤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런 내용을 강조했다.

 

끝으로, 인간 존재는 생물학적인 특성과 사회적 특성을 동시에 갖추었지만 생물학적 측면이 강조되는 상황은 인간이 사회적으로구성한 제도나 규범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본다. 자기완성이나 자아실현 등 보다 고상한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그 사회의 미덕이 되려면 그런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사회적 풍토가 만들어져야 하고, 그런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물리적 조건이나 환경이 갖추어져야 한다. , 돈과 시간을 동시에 보장받아 이러한 가치 실현이 가능한 계급이나 계층(예를 들어 기업인, 의사나 변호사 같은 고소득 자영업자나 교수나 교사 등)이 특정 부류에 한정 돼서는 안 되고 노동시간 감소 등을 통해 다수의 사람들이 이런 가치 실현이 가능할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제공 받아야 한다.

 

4.

인간이 사는 이유를 너무 고상하거나 이상적인 차원에서 설명하는 주장들에 대해 반대의 견해를 내세웠다는 점에서 내 견해는 냉소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인간의 존재 이유를 생물학적인 측면에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설명하고자 했을 뿐 인간의 존재 이유가 근원적으로 생존이나 종족 유지라는 기능적인 차원에서만 설명 가능하다는 주장은 아니다. 각각의 측면이 있고 개인에 따라 정도가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인간 사회가 보다 고상하고 높은 차원의 인간적 가치를 추구하는 삶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그런 삶이 가능한 사회적 조건이 보장돼야 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존재 이유가 얼마든지 아름답고 이상적이며 가치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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